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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시작하는 가축어원시리즈1,


그 시발점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 (Equus ferus caballus)이다.




출처는 꺼무위키.


인류사에서 말의 지위는 각별하다.

말을 타고 다니는 민족과 말을 타고 다니지 않는 민족은

문명의 발전을 가늠하는 척도이기까지 하니 말 다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말을 뜻하는 말은 정말 다양하다.

가축 중에서도 어근이 각양각색인 것이 원탑이다.

이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초장부터 너무 거창한 프로젝트는 지양하자.



따라서 오늘은 가볍게 

영어 horse의 어원을 파악해보도록 할 것이다.

영어는 언제나 가장 친숙한 외국어이니 말이다.


horse의 어원은 무엇일까?

현대 영어의 원류는 원시게르만어(Proto-German)이다.

과연, horse의 어근은 원시게르만어에서 말을 뜻하는 단어인 

*hras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시게르만어의 다른 조상들은 독일어, 네덜란드어, 스칸다나비아어들이 있다. 

당연하게도, 이들 역시 *hrass-의 흔적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다른 언어들에서 *hrass-계열의 단어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어휘

언어 

 hors

 고대영어, 고대 프리지아어, 

고대 색슨어

 hross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ors

 중세 네덜란드어

 ros

 현대 네덜란드어

 hors

 고대 고지 독일어

 Roß

 현대 독일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 *hrass-는 오로지 게르만어 내에서만 발견되는 어근이다. 즉, PIE를 직계조상으로 두는 어휘는 아닌 듯하다. 따라서 이 *hrass-라는 어근이 어디서 유래했는가에 대해선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선 세 가지를 제시한다.


  1. PIE의 동사 *ker-(달리다, 라틴어 currere의 어원)로부터 파생되었다는 설.

  2. 고대 사르마티아어에서 차용된 어휘라는 설.

  3. 우랄어족으로부터 차용되었다는 설(핀란드어의 varsa를 참고하라.)


그런데 원시게르만어에서 말을 뜻하는 어근이 *hrass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름아닌 *wegja-이다. 영어에서도 *hrass-계열과 *wegja-계열이 공존했다. 바로 고대영어에서의 vicg이다. 다른 게르만어에서도 마찬가지로 *wegja-계열의 어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휘

언어 

 vicg

고대영어 

 wegk

고대 프리지아어 

 wigg

고대 색슨어 

vigg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자, 이제까지 살펴본 두 어근은 모두 게르만어 고유의 것이다. 그렇자면 전통적인 인도유럽어에서의 말은 어떤 형태였을까?



일반적인 PIE에서는 말을 *ekwo-로 재구한다. 이는 hippos(그리스어), equus(라틴어)와 어원이 동일하다. 그런데 영어에는 이 어근 또한 존재했다. 다름 아닌 고대영어의 eoh였다. 요약컨대, 고대영어에서는 말을 뜻하는 어휘로서 무려 세 가지 형태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eoh, hors, vicg이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일단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hors를 제외한 형태들은 소실되었다는 것이다. hors는 중세영어를 거치며 horse의 형태로 고정되었다.



하지만 왜 고대영어 화자들은 말을 왜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불렀던 것일까? 이는 인도유럽어의 ’금기어 사상과 연관이 깊다. 


고대 인도유럽 사회에서, 말처럼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요하며 토테미즘 신앙의 대상이 되는 가축은 본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따라서 가장 원시적이면서 권위있는 어근인 *ekwo는 이러한 미신에 떠밀려, *hrass-, *wegja-등의 민간 어원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hrass-가 *ker-라는 동사의 파생형(즉, ’달리는 자‘라는 완곡어법 형태)이란 해석은 이러한 관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또, 현대 영어에서도 말을 뜻하는 어휘들이 굉장히 세분화되고 다양하다는 점도 이러한 금기어 사상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horse의 어원에 대해 찾아보았다.

다음번엔 동아시아 세계에서의 말의 어원에 대해 찾아보도록 할 것이다.


<참고문헌>

  • Oxford Etymology Dictionary, 「Horse」

  •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가축어원시리즈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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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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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을 참 좋아한다.

물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조상님들은 참 좋아하셨나보다.

그래서 인간은 목축과 애완동물이란 개념을 일찍이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친애하는 동물들에게 온갖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름을 붙인 다음에 길들인 것이 그 다음인가?



정확한 순서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애정을 가지고 무지막지하게 많은 이름들을 가축들에게 붙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고나서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금도 많은 가축들이 존재한다.

말, 소, 양, 닭, 개, 고양이, 돼지, 거위, 칠면조, 알파카, 물소...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이들을 지금 이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을까?

당장 돼지만 해도 삼국시대에는 돛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슴도치의 어원이라 하기도 하고.

궁금하지 않은가? 

가축들의 이름이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그런데 가축들이 하도 인간들과 딱 붙어서 다니다보니,

요 이름들을 추적하다 보면 인간의 발자취도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왜 독일인들, 그리스인들, 중국인들, 한국인들이 개를 비슷하게 부를까?

이걸 추적하면 개와 인간이 어디서 처음으로 친구가 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가축의 이름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재밌다.

언어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고고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말이다.



따라서 야심차게 시작하는 [가축어원시리즈]는

전적으로 이러한 흥미에 기반한 것이다.

지식의 축적에 앞서, 철저히 언어학적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들로 가득할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한다.



[가축어원시리즈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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